롯데그룹이 밝힌 표면적인 밸류업(가치상향) 플랜은 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 확보에 따른 퀵커머스(즉시배송) 거점 확대다. 그런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롯데그룹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유는 앞선 이유말고 더 꼽을 수 있다는 게 자본시장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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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막판 유력 인수자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롯데그룹 측은 예비 실사에도 나서지 않으면서 인수전을 관망하다 본입찰 시점 뛰어들어 인수까지 성공했다. 전략적인 관망이었는지, 막판 입장 급선회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론적 관점에서 봤을때 의도적인 관망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의도적 관망일 것이라는 관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8년 미니스톱 첫 매각전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롯데그룹은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다. 본입찰에서 43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인수가로 써내기도 했다. 그러나 매각가가 마뜩잖았던 일본 이온그룹이 미니스톱 매각을 철회하면서 3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가격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미니스톱 실적이 하향세를 그리면서 인수 이후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롯데 입장에서 보면 당장의 매출보다 인수에 따른 시장점유율(MS) 확보와 신사업 전개를 위한 교두보(매장) 확보가 더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에 내놓는 매물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적용되는 현 분위기상 매각가가 2018년보다 떨어진 점은 요즘 말로 ‘오히려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과거 롯데그룹이 제시한 4300억원과 실제 인수금액을 비교하면 37% 가까운 격차를 보인다. 본입찰에 나선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심리적으로 가격을 받아들이는 인식이 달랐을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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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편의점 업계 시장점유율 4위인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전국 매장 수가 8000개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1만여개인 세븐일레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현재의 ‘3강 프레임’ 대신 ‘2강 2중’ 프레임으로 재편됐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 때문에 점포 수 확대가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게 이유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신규 출점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미니스톱이 대안이 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가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매장 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편의점 수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부분도 (인수) 계산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수 이후의 PMI(인수후 통합) 작업에도 눈길이 쏠린다. 일부 부실 점포에 대한 처리 여부는 물론 세븐일레븐으로 일원화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미니스톱과의 동행 체제를 이어갈 것인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