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규제 없는 유튜버에 책임 부여해야

  • 등록 2021-06-04 오전 5:50:00

    수정 2021-06-04 오전 5:50:0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이제 유튜브가 기존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락부터 정보 검색, 뉴스 전달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면서 여론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뉴스의 현장성이라든지 전통적인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콘텐츠의 신선함, 생산자와 소비자의 양방향 소통은 유튜브의 강점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유튜브에서의 인기와 조회수가 곧 수익과 연결되는 구조는 날로 커지는 영향력만큼 ‘도 넘은 돈벌이’로 각종 문제점을 낳고 있다.

최근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두고 유트브엔 무속인들이 앞다퉈 ‘점괘’로 사망 원인을 단정하거나, 대전경찰청장이 수사팀을 비판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동영상이 올라 왔다.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처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어김없이 억측이나 음모론을 퍼트리는 영상이 올라온다.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조회수나 후원금을 끌어 모으는 이들을 두고 ‘사이버 렉카’라는 비아냥 섞인 신조어도 만들어졌을 정도다.

또한 신선함의 정도가 지나쳐 자극적인 콘텐츠로 변질되기도 한다.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씨의 유튜브 콘텐츠를 두고 박씨가 형사 고발을 당하는 등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에서는 욕설이나 음주, 흡연 장면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이 된다. 심지어 성매매 정보를 제공하거나 범죄현장까지 생중계 하는 동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방송법상 심의를 받지 않는 유튜브는 시청 등급이 없어 누구나 쉽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튜브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경우 ‘노란딱지’라고 불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고 하루에도 몇 천건씩 올라오는 동영상들을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밖에도 유튜버들끼리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내며 치받는 폭로전이나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발언이나 욕설을 일삼는 동영상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명 유튜버들끼리의 싸움을 기존 매체들이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기현상도 발생할 정도다.

이제는 유튜브가 가진 영향력에 맞추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도 유튜브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이나 성폭력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수히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자나 제3자가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 콘텐츠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후적인 형사 처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강화해 자율적으로 정화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눈 앞의 ‘수익’ 앞에 ‘자율적인 윤리 강화’는 구호에 불과하다.

현재 유튜브의 가장 큰 문제는 영향력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규제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방송법상 ‘방송’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이다. 20년 전에 개정된 방송법은 ‘방송’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공공성과 공정성 유지라는 책무를 부여하고 엄격한 규제를 한다. 그런데 방송은 방송법의 과도한 규제로 시대의 요구에 못 따라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더불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유튜브처럼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에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 한 기존 방송은 경직된 규제로 시대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고, 기존 방송들에 질린 시청자들은 앞으로 더욱 더 유튜브로 옮겨가게 된다. 그리고 규제가 없는 유튜브는 더욱 자극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일률적으로 방송법상 ‘방송’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기존 방송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튜브가 법의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더 이상 악용되선 안 될 일이다. 유튜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책임과 규율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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