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①수술부터 재활까지…의료로봇 '백세시대' 주역

만화·영화 속에서 벗어나 21세기 눈부신 발전 보인 의료로봇
의료로봇 시장 2021년 28억달러 시장 형성, 연평균 9.7% 성장
'다빈치' 36초마다 로봇수술 1건, 지난해 87만 5000건 수행
흉터 최소화하는 수술에서 재활까지 돕는 '인간의 동반자'
  • 등록 2018-10-25 오전 12:30:00

    수정 2018-10-25 오전 7:22:37

수술로봇 다빈치SP(자료=인튜이티브)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로봇’은 더 이상 만화나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차펙이 희곡에서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한동안 인간의 상상 속에 머물러 있던 로봇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산업 현장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공장에서 따분하고 단조로운 반복작업을 대신하던 로봇은 21세기에 들어와 신소재·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함께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산업 자동화 분야 외에도 국방·방범·교육·교통 등으로 영역을 무궁무진하게 확대한 것입니다. 이제 로봇은 주변에서 피자를 배달하고, 방 청소를 돕는 등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데도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부문은 로봇이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의료로봇’은 단순히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아픈 부분에 접근합니다. 또한 초소형 마이크로 의료로봇은 아예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가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또 노인과 장애인 등의 재활치료 및 일상생활을 도우면서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술·재활 등에서 활약…2021년 보급 3만 8400대 넘어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함께 전문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의료 시스템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의료로봇 시장은 2016년 17억달러에서 2021년 28억달러로 연평균 9.7% 성장률을 보일 전망입니다. 또 보건의료용 로봇 출하량은 2016년 3400대에서 2021년까지 누적대수가 3만 8400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비중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의료로봇은 크게 △수술로봇 △병원로봇 △재활로봇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의료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의료로봇을 활용하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 작업의 정밀성을 높이거나 치료·재활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및 고령자를 돌보는 의료복지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고, 장애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재활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수술로봇의 경우 수술 부위 위치를 파악하거나 수술 경로를 계획하고 절개·봉합·절골·삽입물 삽입 및 고정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영상장치와 위치제어 및 영상 소프트웨어, 기구조작용 팔 등으로 구성하며 AI 및 빅데이터 기술도 활용됩니다. 수술로봇은 1985년 산업용 로봇인 ‘푸마560’(PUMA560)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특히 ‘다빈치’(da Vinci)가 2000년 수술로봇으로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수술로봇 시대를 열었습니다. 다빈치는 현재 4세대 제품인 ‘다빈치Xi’, ‘다빈치SP’ 등이 나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36초에 한번씩 다빈치로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빈치를 통해 현재까지 500만례 이상 수술이 이뤄졌으며, 지난해만 87만 5000건의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로봇을 활용한 수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복부에 0.5~1.5㎝ 크기 구멍을 통해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고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입니다. 복강경 수술로봇은 제한된 움직임과 손 떨림 등 한계점을 극복하고,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적 수술’을 확대하기 위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이비인후과 및 신경외과 수술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얻은 3D(3차원) 영상을 기반으로 수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확보한 영상정보로 수술할 때 좌표를 맞춰 정확한 수술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밖에 수술로봇은 안과·정형외과 등으로 점차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지난해 기준 5조 8700억원 규모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시경 수술로봇이 약 70% 비중을 차지했으며, 뇌수술 10.6%, 관절수술 등 정형외과 5.4%를 차지했습니다. 수술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오는 2025년 전체 40%에 달할 전망입니다.

◇스마트 헬스케어와 만난 ‘재활로봇’

재활로봇은 환자의 장애 치료와 더불어 일상적인 생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활로봇은 신체적·사회적·인지적 기능과 의사소통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치료를 제공하거나, 만성장애가 있는 사람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봇을 의미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재활로봇 시장은 인구 고령화, 뇌졸중 등 신경장애와 만성질환의 증가, 로봇 기술의 발전 등을 배경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재활로봇 시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8.9%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활로봇은 재활보조기술 산업의 육성, 관련 일자리 창출, 장애인·노약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재활로봇은 일반적으로 치료용 로봇과 일상 보조용 로봇으로 구분합니다. 치료용 로봇은 △운동요법 △자폐 아동을 위한 의사소통 교육 △뇌성마비 또는 기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탐구 활동 등에 활용합니다. 치료용 로봇은 지치는 일 없이 지속적으로 물리치료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일상 보조용 로봇은 주로 일상생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작업·이동성·인지 부문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를 지원합니다. 작업을 위한 보조장치는 휴대용·모바일 등으로 구성하며 모바일 자율로봇의 경우 집이나 회사에서도 심부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동성을 강조한 보조장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한 전동 휠체어와 이동용 로봇으로 구분, 안정적인 이동권 확보나 낙상 방지에 활용합니다. 인지 보조는 치매와 자폐, 의사소통 및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돕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향후 헬스케어 서비스 영역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로 확대하면서, 모바일 및 AI 기술 등을 결합한 재활로봇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기존 의료용 보조기기에 준하는 로봇 수준을 넘어 AI를 탑재한 로봇들은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체적인 관리뿐 아니라 정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미국 코넬대와 구글이 협업해 만든 소셜로봇 ‘블라섬’(BLOOSSOM)은 자폐아동을 지원하는 로봇으로 동물 모양 형상에 뜨개질로 외피를 두른 모습입니다. 블라섬은 자폐아동이 사회적 행위와 공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함께 동영상을 보면서 상호작용을 진행합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고 동영상 내용에 실제로 반응하는 과정에서 블라섬은 자폐아동의 동료 역할을 수행하며 동영상에 표현된 감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김수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연구원은 “헬스케어 영역에서 로봇을 의료 및 재활 복지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도록 응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라며 “재활로봇 기술의 안전성과 접근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코넬대와 구글이 공동 개발한 감성 재활로봇 블라섬(사진=구글)
환자에게 360도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는 다빈치SP의 로봇팔(자료=인튜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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