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바른 조재빈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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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조재빈 변호사] 2021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돈 봉투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최근 피의자인 2명의 현역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012년에도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비리가 확인돼 해당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2012년 서울서부지검에서 마포구의회 의장 선거 과정의 금품수수 비리를 수사했다. 2008년 당시 마포구의회 의원은 한나라당이 10명, 통합민주당이 8명이었다. 그런데 통합민주당 후보가 10표, 한나라당 후보가 7표, 기권 1표로 통합민주당 후보가 의장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의원 2명이 반대당 후보를 지지하고 1명은 기권한 것이다. 마포구 지역구의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고 선거결과에 대한 의혹이 무성했다.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4년의 세월이 흘렀다. 필자는 우연히 마포구의회 의원인 조합 임원 3명이 의장 선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급히 관련 자료를 수집했지만 수수 장소와 금액도 특정되지 않아 소명부족 상태였다. 그냥 두면 내사 종결될 상황이었다. 결국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수수자 1명을 검사실로 불러 자수하도록 권유했다. 자수하면 구속 사유인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변호인과 상의하도록 안내했다. 다행히 그 분은 의장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암장될 뻔한 매표비리 의혹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공여자인 전 마포구의회 의장과 또 다른 수수자 1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 수수자를 설득해 또다시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자백을 받았다. 전 의장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의장선출 대가로 6000만 원을 공여한 경위를 털어놓았다. 수사진행 중 수수자들이 더 밝혀지면서 총 9000만 원의 뇌물이 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여자는 매표의 대가로 구의원들에게 돈뿐만 아니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제공했다. 양쪽 후보 모두에게 돈을 받은 의원이 발견돼 경쟁 한나라당 후보의 비리도 확인했다. 그는 이탈방지를 위해 동료 구의원 3명에게 13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했고 2명에게는 6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하려다 거절당했다.
이로써 구의회 의원들 간에 은밀하게 이뤄져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매표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자금추적은 불필요했고 자백만으로 빠른 속도로 수사해 나갔다. 구의원 18명 중 12명을 기소했고 그 중 6명을 구속했다. 현직 구의회 부의장이 도피한 기간을 빼면 착수 1개월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필자는 재판에도 직접 관여했다. 12명 중 11명이 자백하고 반성해 모두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았다. 부인하던 1명도 최종 유죄선고됐다. 당시 마포구의회는 주민에게 백배 사죄하며 ‘마포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실천을 위한 자정결의’를 했고, 의장 선출 방식을 종래 ‘교황선출 방식’에서 ‘후보등록제와 정견 발표제’ 방식으로 개선했다.
지방의회 의장 선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것은 지방자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범죄이다. 한 후보가 뇌물을 공여하며 지지를 호소하면 다른 후보도 이에 대항하여 뇌물을 공여하며 지지를 호소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관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명백히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고 혈세를 납부한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당의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건 더욱 심각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인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금품으로 매수돼서는 안된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한 수사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호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신속한 수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하고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