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지수 기자] 1956년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돼 남한으로 끌려온 이북 출신 80대 남성에게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박석근)는 지난 14일 김주삼(86)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북파공작원의 북한 주민 납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가족들과 생이별했고 강제노동으로 소중한 청춘을 희생당했다. 이런 고통은 평생 치유될 수 없다”며 “북파공작원이 원고를 납치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1956년 황해도 용연군 자택에서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당했다. 그는 서울의 한 공군기지로 끌려가 약 4년간 군부대에서 억류돼 무보수로 구두 닦기 등 잡일을 했다.
이후 김씨는 1961년 군 기지에서 풀려났지만 67년간 귀향하지 못하고 남한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국방부 특수임무 수행자 보상지원단(지원단)은 조사를 통해 1956년 김씨가 북한에서 납치돼 남한 군 기지에 억류됐음을 시인했다.
김씨는 202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같은 해 2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8월 김씨가 겪은 일을 “한국전쟁 휴전 후 군이 첩보 활동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무단 납치한 후 무보수로 노역을 시키고 남한에 억류시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