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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걸며, 화려하게 데뷔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도입 3년 만에 지방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에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정부 기조는 급변했고,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020년 5월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을 출시했다. 시행 초기 온통대전은 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모두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정책 사업이었다. 시민들은 매달 5~10%의 캐시백을 받았고, 상인들은 매출이 올라 웃었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곳간은 시행 3년 만에 한계를 드러냈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다. 온통대전이 시행된 2020년 대전시는 정부 지원과 별도로 시비 324억원을 풀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1208억원을, 지난해에도 혈세 1273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3년간 온통대전이라는 단일 사업으로 대전에서만 시비 2800억원이 투입됐다. 지역화폐는 대전에서만 시행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됐지만 유독 대전은 과도하게 몰입했다. 지난해 기준 대전의 1인당 지역화폐 발행액은 127만 5000원으로 인구·경제 규모가 비슷한 광주에 비해 2배 이상, 울산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항목인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민선7기 원년인 2018년 각각 42.8%, 63.1%에서 지난해 38.7%, 60.6% 등으로 4년 만에 모두 하락했다. 반면 지방채 발행은 급증했다. 2018년 5961억원이었던 대전시의 지방채 발행 총액은 지난해 1조 43억원으로 민선7기 동안 매년 1000억~30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을 강행했다.
또 지역 균형 발전 효과도 미미했다. 인구와 사업장이 밀집된 서구와 유성구 등 신도심에서 사용이 집중됐고, 상권회복이 절실한 중구와 동구, 대덕구의 실적은 저조했다. 서구와 유성구 등 신도심 사용액 비중은 6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중구는 13.5%, 대덕구 11.2%, 동구는 10.4%에 그쳤다. 소비자인 시민 입장에서도 혜택의 쏠림현상은 계속됐다. 소득이 높은 시민이 더 많이 충전하고, 더 많은 캐시백을 받는 구조가 바로 지역화폐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는 현금을 살포하는 것으로 현직 단체장 입장에서는 표를 의식한다면 포기할 수 없는 구조”라며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 유리한 지, 부자들에게 유리한 지,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