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그래핀은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나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고 열전도성도 탁월해 구리보다 10배나 더 열을 잘 전달한다. 강도는 강철보다도 100배 이상 강하다. 빛이 통과될 정도로 투명하기까지 하다. 자기 면적의 20%까지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도 좋다. 게다가 완전히 접어도 전기전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얇으면서도 잘 휘어지고 가볍기까지 하니 그래핀은 그야말로 초강력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그래핀은 ‘첨단 망토’로 불린다. 그래핀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소재 응용이 무궁무진해 다양한 산업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뛰어난 강도, 열전도율, 전자 이동 등이 요구되는 디스플레이, 2차전지, 태양광, 자동차 조명 등을 비롯해 방열 필름과 코팅 재료까지 전반적인 국가 주력 산업에 그래핀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그래핀 소재를 아직 대량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만큼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이지만 양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만히 놔둘리 없다. 세계적인 기관들이 시장을 개척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005490)도 국내 벤처, 대학, 연구기관, 지역사회와 더불어 그래핀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여정에 동참을 선언했다. 소재 중의 소재인 철강을 주요 비즈니스로 하고 있는 포스코지만 미래 신소재에 대해서도 눈을 열어두고 있는 것. 그래핀스퀘어, 포스텍, RIST, 포항시와 함께 협약한 포항 그래핀 밸리 구축을 통해 그래핀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핀 밸리를 포항에 구축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산학연 인프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의 포스텍, 상용화 연구의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제조공정 연구에 강한 포스코 기술연구원을 비롯해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연구 인프라가 포진하고 있다. 또 미래 그래핀 소재시장 개척을 위해 포항시와 포스코그룹이 두 팔을 걷어부치고 협력과 지원을 약속한 것도 주효했고 포스텍을 졸업하고 그래핀스퀘어를 창업한 홍병희 서울대 교수의 남다른 포항 사랑도 한몫 했다.
포항 그래핀 밸리 구축을 위한 참여 기관의 역할을 살펴보면 우선 포항 그래핀벨리의 주인공 그래핀스퀘어㈜.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양산의 핵심인 R2R(Roll to Roll) 연속합성법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품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 그래핀 밸리를 통해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응용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음은 포스코. 포스코는 RIST의 공정기술 전문가와 협업해 R2R 양산설비 구축을 지원한다. ‘기본소재’인 철강 제조공정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그래핀 R2R 공정 구축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포스텍은 부설 나노융합기술원의 기술사업화 지원장비와 클린룸 등 첨단 나노인프라 시설을 활용해 그래핀이 적용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나노융합소재 등의 성능 분석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은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그래핀 응용기술분야 글로벌 선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광원을 활용해 그래핀의 전자 구조를 분석하고 반도체 등 응용소재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포항 그래핀 특구 지정을 통해 응용기술이 필요한 기업 유치와 입주기업들에 행정편의를 지원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 그래핀 밸리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포항이 세계를 깜짝놀라게 할 소재 혁신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메카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