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김종성 엠플러스 대표 “단순한게 좋은 장비…기능 더하기보다 빼기에 집중했죠”

삼성맨들이 설립한 이차전지 자동화 공정 장비업체, 작년 상장
완샹·SK이노베이션 등 납품…중국 전기차 지원책 수혜로 실적↑
“전방산업 성장세 지속…증설 완료 후 실적개선·주가상승 기대”
  • 등록 2018-09-05 오전 5:00:00

    수정 2018-09-05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도로변 공동묘지 옆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 일을 할 때도 사람만 믿고 버텼죠. 핵심 인재들이 함께 쌓아 올린 기술력은 해외 유수기업들과 경쟁해도 자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 1년여를 맞은 엠플러스(259630)는 파우치형 이차전지 조립을 위한 자동화 공정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방산업 호황을 맞아 고공성장하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월급 걱정을 해야 하는 소규모 벤처기업이었다. 사재를 털어가며 ‘보릿고개’를 넘겼던 김종성 엠플러스 대표는 “힘든 시기에도 직원들이 버텨줬다”며 오랜 시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지금의 공을 돌렸다. “앞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면서 주주들과도 성장을 향유하겠다”는 그를 청주 본사에서 만났다.

PDP 사업으로 쓴 맛…기술 개발하며 와신상담

김 대표는 삼성SDS와 삼성SDI에서 컨설팅, 전지생산 등의 업무를 맡았다. 여기에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서 기술 개발을 담당하던 인력들이 모여 2003년 회사를 차렸다. ‘삼성맨’ 출신들이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출발부터가 어긋났다. 김 대표는 “당시 일본에서 들여오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정 일부 장비를 국산화하자는 제의가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2004년부터 연구개발에 들어가 개발을 완료했지만 PDP사업 자체가 고꾸라지면서 일감이 날아갔다”고 술회했다.

이때부터 배터리 장비 개발을 추진하던 4년여 동안은 고생길이 계속됐다. 임대료 부담에 처음 구한 사무실에서 쫒겨나듯 나온 뒤 새로 잡은 곳이 청주시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 주변 작은 공장이었다. 그는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는데 수주가 많지 않으니 개인적으로도 20억원대 자금을 쏟기도 했다”며 “2007년에는 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 경영난까지 겪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창업 멤버들은 거의 모두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삼성에서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전지 개발을 담당했던 기술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세한 품질을 관리하는 장비를 만들 역량이 충분했다고 믿었다”며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면 더 잘될 것이라고 독려하며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미국社 계약에 반등 계기…1년새 매출 열배 껑충


사업 턴어라운드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도 역시 ‘사람’이었다. A123라는 미국 음극소재 제조업체의 한국법인인 A123코리아 대표와 삼성 시절 인연이 있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장비업체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구성원 경쟁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A123과 당시 연간 기준 2년치 매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납품을 하고 나서 곧장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서 1년여만에 매출이 열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면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엠플러스가 생산하는 자동화 장비 기술력이 인정받은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좋은 장비는 단순한 장비”라고 정의했다. 장비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수록 오류가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을 진행하면서 기존 장비에서 필요 없거나 중복된 기능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며 “수주를 받으면 6개월 내 맞춤형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데 제한된 시간에서도 타사 장비대비 단순 명확한 제품을 납품하니 또 추가 주문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기술 경쟁력은 이차전지 시장이 잠시 주춤했을 때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는 “2010년대 들어 금융위기 등 여파로 기존 고객사 일감이 줄었지만 외국 장비업체에 관심이 많던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그룹 납품도 시작하던 시기”라며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정책을 계기로 현지 업체들도 잇따라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면서 수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폭발 가능성이 있는 배터리 특성상 중국은 북경자동차·상하이자동차 같은 메이저 업체는 외산장비를 쓰도록 했는데 중국 업체 납품 경력이 도움이 된 것이다. 이후 실적은 꾸준히 성장해 결국 코스닥 상장의 길까지 열리게 됐다.

제조사 연구개발은 지속 중…주주친화도 노력

김 대표는 이차전지 산업의 고성장을 확신했다. 그는 “유럽 선진국 주요 도시만 가도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5~10년간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매년 3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ESS는 시장 자체가 전기차보다 더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발트 등 원재료 가격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이차전지는 NCM532(니켈 5, 코발트 3, 망간 2)에서 NCM811으로 코발트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비싼 재료를 대체하거나 소요량을 줄이고 성능을 올리는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외형과 이익도 꾸준히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액 72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64%, 98%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초 3만원이 훌쩍 넘었던 주가는 현재 2만400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1년 전 공모가(1만8000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김 대표는 “상장 후 회사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해외 비즈니스나 채용이 한결 수월해졌다”며 “공모자금 등을 활용해 인근 신공장을 건설 중으로 생산능력(CAPA)이 늘어나면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주주친화 정책의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고 나면 배당 같은 방안도 신경을 쓸 계획”이라며 “현재 전직원이 바쁘게 일하며 회사를 키우는 만큼 주가 역시 단기 변동이 있어도 장기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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