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갤러리아백화점이 국내 신진 디자이너 팝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패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은 MZ세대 상품기획자(MD)다. 뻔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갤러리아백화점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 김민섭 한화갤러리아 명품관 영업 1팀 대리(32)가 떠그클럽 제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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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5층 프레드시갈 카페에서 만난 김민섭(32) 명품관 영업1팀 대리는 “유통은 한 템포만 늦어도 바로 뒤처지는 곳이다. 모든 결정이 빨라야 했다”며 “상급자의 조속한 결정과 유관부서의 협업이 없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지난 1~2월 국내 K-디자이너 브랜드 ‘떠그클럽’과 ‘언더마이카’ 팝업을 연달아 유치하면서 해외 수입 명품 브랜드에 버금가는 매출 기록을 세운 일등 공신이다. 그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 팝업을 기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힙합 음악에 심취해 자연스럽게 음악과 패션을 묶어 보는 ‘눈’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공이 쌓였다.
김 대리는 “조영민 떠그클럽 대표와는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미국 힙합 가수 플레이보이 카티를 좋아하는 코드가 맞아 원활하게 소통을 했다”며 “언더마이카는 이름에서부터 과거 디올 옴므 디렉터 에디 슬리먼을 동경한다는 점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MD의 개인적 기호와 브랜드의 궁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앞 언더마이카 팝업 오픈런 전경.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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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중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더라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브랜드의 철학, 제품력 측면에서 보면 여느 명품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성공을 확신했다. 각 브랜드도 갤러리아백화점의 업력과 명성을 인정해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는 “떠그클럽과 언더마이카 제품은 해외브랜드와 견줘도 디자인과 품질이 뒤처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기존 명품관 고객이 유입되는 그림이 그려졌다”며 “실제 팝업 당시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이 국내 브랜드라는 점에 깜짝 놀랐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것처럼 K패션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 조영민 떠그클럽 대표가 그린 팝업 시안(왼쪽)과 실제 팝업 매장. (사진=인스타그램 캡처·한화갤러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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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조직의 빠른 결단도 주효했다. 말단 사원의 기획안이 통과된 이후 상품본부와 마케팅본부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매장을 연출·관리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부서도 발 벗고 나섰다.
실제 팝업 당시 명품관 앞은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행태를 가리키는 말), 텐트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한 언더마이카 팝업에서 1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이틀간 떠그클럽 팝업에서는 9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왔다.
김 대리는 젊은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보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매해 새로운 컬렉션 상품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진짜 유행은 1020세대 사이에서 생성되고 결국 이들의 열정이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한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단순히 옷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에 열광하고 밤을 지새우며 열정을 태운다.
그는 “루이비통이 퍼렐 윌리엄스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한 것과 티파니가 나이키와 협업하는 모습 등 어린 세대들의 열정에 부응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젊은 세대의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고 이들을 위한 장을 마련하는 게 갤러리아가 된다는 자체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앞 ‘떠그클럽’ 오픈런 대기줄에서 조영민 떠그클럽 대표가 고객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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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 강화하면서 리테일 사업 다각화,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이에 부응해 김 대리도 현재 다양한 신진 브랜드 팝업을 기획 중이다. 자기 시간을 할애해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서는 열정 있는 고객과 그런 열정을 유발하는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찾아 또 한 번의 신드롬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그는 “틀을 깨고 다른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당장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와 카니예 웨스트가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새로운 것을 캐치하려는 편”이라며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가는 것처럼 갤러리아가 이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