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서 8월 본격적인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습하고, 내리쬐는 태양빛은 피할 곳이 없다. 동남아를 떠올리게 하는 날씨에 길거리에는 양산과 미니 선풍기를 든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드래곤 양산을 부탁해!
남성의 양산 사용에 타인의 시선이 큰 영향을 미칠까? 지난 16일,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직장인 339명을 대상으로 ‘양산 쓰는 남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양산 쓰는 남자가 적은 이유’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46.6%가 ‘체면 때문에’라고 답했다. 직장인들의 경우 이상하게 바라볼까 걱정돼 양산 쓰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양산쓴 남성에 대한 생각’은 ‘아무렇지도 않다’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실제로 양산 쓴 남성에 대해 별다르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양산 쓴 남성에 대한 시선 의식에 관한 논쟁은 과거부터 있었다. 지난 2018년 여름, 한 커뮤니티에서도 시선 때문에 양산을 쓰지 못하는 남성의 글이 올라왔었다. ‘지드래곤 괘씸하네요-,-’라는 글인데, 제목만 보면 지드래곤을 비난하는 것 같으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글쓴이는 본문에서 “양산 좀 유행시키고 군대 가지...”라며 남성도 양산이 필요하지만, 주위 시선 때문에 쓰기 어렵다는 아쉬움을 유머로 승화했다. 당시 해당 글에는 많은 남성이 공감을 표했다. 이런 남성들의 의견에 힘입은 것인지, 올여름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남성도 주위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양산을 쓰자’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남성의 양산 생활화에 앞장선 도시가 있다. 바로 소위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시다. 지난 5월부터 대구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양산 쓰기 운동’ 캠페인을 벌여왔다. 시에 따르면, 뜨거운 햇볕 아래서 양산을 쓸 때 주변 온도는 7℃ 정도, 체감온도는 10℃ 정도 낮출 수 있다. 더불어 양산에 의해 물리적으로 자외선이 차단되어 피부질환이나 피부암 예방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구시는 양산이 그동안 ‘여성용 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남성들에게 외면받아왔다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 우산도 76.5% 이상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고, 검은색 우산은 자외선 차단율이 90% 정도나 되므로 굳이 양산이 아닌 우산을 사용하더라도 햇빛 차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산 좋은 것 알지만 귀찮아서 안 써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양산 쓰기 캠페인에 스냅타임에서도 20대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 결과 20대 남성은 양산을 사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귀찮음’을 선택해 의외의 결과를 냈다.
대학생 이원빈씨는 남성의 양산 쓰기에 대해 “더운 사람이 쓰고 싶으면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양산을 쓰고 다니는 것은)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직접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직장인 김건우씨 역시 “(양산을)잘 챙기면 쓰겠지만, 선크림도 잊어버리는 날이 많아 양산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직장 초년생이라 주위 시선도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