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반복된 기업인 줄소환...국감이 군기 잡기 무대인가

  • 등록 2023-10-11 오전 5:00:00

    수정 2023-10-11 오전 5:00:00

30일간 일정으로 어제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이 증인·참고인으로 무더기 소환됐다. 그제까지 10개 상임위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은 현직 총수나 임원급 기업인은 95명에 달했다. 아직 증인을 확정하지 않은 7개 상임위를 포함하면 국회에 불려나올 기업인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감장 출석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올해 국감이 가장 많은 기업인을 증인석에 세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국감은 입법 못지않게 중요한 국회의 고유 권한이고 기능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증거 수집과 대책 마련을 위해 기업인 등 일반인을 불러 증언이나 참고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뒤집어 보면 증인 소환 등이 원래 취지에 맞게 이뤄졌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센 사람을 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대기업 총수나 오너를 소환한 후 벌 세우듯 호통 치기로 일관하며 힘 과시에 치중한 의원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청취 대신 군기 잡기에 의원들이 더 매달리면서 출석한 총수나 기업인이 장시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는 사례가 빈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은 정쟁이 어느 해보다 극심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 분야도 대규모 세수 펑크,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 탈원전 정책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 및 전기 요금 인상,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여야 충돌을 부를 지뢰밭이 곳곳에 깔려 있다. 총선 표심을 겨냥한 야당의 무차별 공세와 정부·여당의 반박이 되풀이될 경우 초대형 난타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기업인들이 정쟁의 볼모로 잡히면서 불필요한 오해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이다. 확인도 되지 않은 특혜 시비와 근거 없는 루머 등으로 기업인을 망신 주거나 죄인 취급한다면 이는 특권을 방패 삼은 월권 행위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구태나 마찬가지다. 따질 건 따져야 하지만 국감이 기업인 벌주기의 무대로 변질된다면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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