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노동 그리고 자연'…부산 전시물결 느껴보길"

'2022 부산 비엔날레' 9월 개막
30개국 80여명 작가 참여
부산항 제1부두 등지서
  • 등록 2022-04-05 오전 5:30:00

    수정 2022-04-05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근대도시의 형성과정, 변화 속에서 생겨난 이야기들과 이와 연계된 세계의 담론들을 부산 비엔날레가 섬세하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과 전지구적 현실을 연결하는 ‘이주, 여성노동, 자연’의 주제를 회화와 설치 미술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오는 9월 3일부터 11일 6일까지 65일간 개최하는 ‘2022 부산비엔날레’를 통해서다.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2년 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라인 전시를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시 장소에서의 관람은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예술여행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부산비엔날레’ 간담회에서 김성연 집행위원장(왼쪽)과 김해주 전시감독이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윤정 기자).
전시의 주제는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다. ‘물결’은 오랜 세월 부산으로 유입되고 밀려났던 사람들과 요동치는 역사에 대한 표현이자, 세계와의 상호 연결을 의미한다. 해안 언덕으로 이루어진 굴곡진 부산의 지형을 함축하기도 하는데 ‘물결 위 우리’는 이러한 지형과 역사 위에서 각 개인의 몸이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전시가 열리는 네 곳의 장소들은 주제와 연결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을 포함해 부산항 제 1부두와 영도, 초량까지 총 네 곳에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지어진 부산항 제1부두는 근대화 산업의 발원지로서 경제 성장과 노동, 이주의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시설이다. 최근까지 민간 출입이 통제됐던 이 부지가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기점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영도는 6.25전쟁 피란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부산 초량의 산복도로에 자리할 전시장소는 사람들의 삶이 가장 잘 녹아있는 ‘집’을 선택했다. 초량동과 산복도로 정착지는 1960~70년대 근대화와 도시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 도시 이민자들의 이주터가 된 곳이다.

이번 전시에는 30개국 80명(팀)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한인들의 첫 공식 이주지인 하와이에서 리서치를 진행해 온 김성환 작가는 신작을 포함한 연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이인미는 부산의 사라져 가는 장소, 지역의 건축적 특수성을 담은 흑백 사진을 공개한다. 나이지리아 출신 오토봉 엥캉가(Otobong Nkanga)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 역사와 땅의 의미를 탐구하는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영국 출신의 필리다 발로(Phyllida Barlow)와 김주영, 남화연,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히라 나비(Hira Nabi)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해주 전시감독은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 중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 이야기를 통해 여성 노동의 이슈를 자연스럽게 작업 안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역사적인 사실들을 포함하면서도 그 사실들이 단순한 전시의 재료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전경(사진=부산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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