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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부의 2021년 규제정비 종합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후 작년까지 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환경변화 속에서 과거 개별규제 개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규제개혁(혁신) 제도를 도입하는 성과를 창출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또 공직자의 행태 변화와 국민과 소통을 기반으로 신산업·기존산업·민생분야 규제개혁 성과도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분야별로 신산업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투자유치·매출확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과 선제적 규제개혁 로드맵 마련 등의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총 412건의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해 약 1조4000억원의 투자유치와 약 510억원 매출 증대, 2800여 명 고용창출을 이뤘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총 24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약 7300억원 투자유치와 149개 기업이전, 1300여 명 고용증가 등의 성과도 냈다고 설명했다.
규제개혁 만족도 100점 만점에 49.8점
정부는 지난 3년간 규제개혁에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자평했지만 경제계가 체감하는 규제 개혁의 온도 차이는 확연하게 달랐다. 경제계의 규제 개혁 체감도는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체감도가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낮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올해 규제개혁체감도는 92.1로 전년(93.8)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규제개혁 체감도는 100이 기준으로 100은 보통, 100 미만 불만족, 100 초과 만족을 뜻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규제개혁 만족도에서도 100점 만점에 49.8점으로 평가됐다.
경제계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약 1년 남은 만큼 기업들에 규제 입법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줄곧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오히려 규제는 더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올해 초 내놓은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를 보면 작년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는 △신설 1009건 △강화 501건 등 총 1510건이었다. 이는 전년(974건)보다 55%(536건) 늘어난 수치다. 특히 경제계는 △노동 △세제 △환경 분야에서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규제 개혁을 위한 법안 제·개정이 늦어질수록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최근 분석한 한국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취업자당 노동생산성 6만2948달러, 2018년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요동치고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신산업 선점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