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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목표 낮췄지만…산업계 부담은 여전
2일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정부가‘2030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종전 11.4%로 낮췄다. 산업계는 현재의 청정기술 개발 속도 등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의 감축률이 5%가 한계라는 입장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3대 산업의 경우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한,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국내 생산을 줄이면 연관 산업도 공급 부족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 실장은 “산업계도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과 원료 수급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조원을 투입해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 제품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이른바 ‘하이렉스(HyREX)’ 제철소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순항하더라도 2031년 착공해 2033년부터 연 250만t의 철강을 생산하는 게 한계다. 2030년까지의 정부 감축 목표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기업들도 탄소중립 시대에서의 생존법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NDC 목표는 구속력 없는 선언적 목표라지만,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국의 탄소중립 압력은 당장 코앞에 닥쳐온 실질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EU는 작년 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하고 2026년부터 철강 탄소 다배출 수입 제품에 대해 별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수입 제품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은 작년 말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용을 부과하려는 목적으로 ‘기후클럽’을 창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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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청정기술 개발 촉진을 해법으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강화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기술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철강업계는 현 고로 방식에서 전기로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수소환원제철 등 청정 신기술을 도입하고, 석유화학은 원료를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나프타) 대신 바이오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의 원료 활용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주요국이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EU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미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을 확정했다. 미국은 지난해 총 3910억달러(약 550조원)의 탄소중립 예산을 반영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의 1년치 예산에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EU 내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초안을 공개했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 달성을 위해 5년간 9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특히 산업 부문 감축 계획은 총량만 나왔을 뿐, 철강 등 업종별로 어떻게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현 시점에선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세우기 난감하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은 (목표치 변경과 무관하게)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의 (전환)비용 부담 고민이 크다”면서 “기업이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은 채 탄소중립에 나서려면 미국, EU 같은 대규모 예산 및 세제 혜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미국과 EU의 관련 법안 내용을 보면 자국 기업 경쟁력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명백한 방향이 있다”며 “우리도 정부 지원 아래 관련 기술·산업을 주도한다면 해외 시장 진출 길도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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