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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2’ 지역 신설해 일본만 배치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화이트리스트 국가(가)에 있던 일본만 따로 빼서 ‘가-2’ 지역을 신설해 배치한 게 핵심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A지역에서 B지역으로 분류한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 절차가 복잡해 진다.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가 3종에서 5종으로 확대되고, 심사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늘어난다. ‘가’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은 포괄하가를 받게되면 유효되면 2년간 문제 없이 수출을 할 수 있지만, ‘가-2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은 수출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일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괄허가가 허용된다. 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수출 심사를 강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일본이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긴밀한 국제 공조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의 논리는 사실 모호하면서도 일본측 논리와 유사해 보인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안보를 위해 자국 기업의 수출물품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우리는 기본 배경은 비슷하되, 한일 양국간 공조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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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일본이 답할 차례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이유로 한국을 WTO에 제소하기 하려면 사전에 협의를 진행했다는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
지난 7월 중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배제하려는 의도를 내비쳤을 때 우리측은 당장 ‘협의회’를 열자고 했다. WTO제소를 위한 근거 마련 차원에서다. 하지만 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하면서 입장이 엇갈렸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이 ‘협의’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변수는 일본의 역공이다. 우리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근거를 충분히 대지 못할 경우 거꾸로 WTO에 제소 당할 수 있다. 우리의 조치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대응한 ‘상응 조치’로 간주할 수 있어서다.
상응조치는 WTO에서 보복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일단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한 만큼 WTO 제소 카드는 과거보다 승소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을 협상장에 끌어내 조기에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의 조치는 일본과 달리 국내법, 국제법 틀내에서 적법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상응조치가 아니다”면서 “일본의 조치는 국제법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을 신속하게 WTO에 제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