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교통사고로 상대방의 재물을 손괴할 경우 1심 선고 전에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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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등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재판을 인천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21년 11월 22일 오후 1시 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077%의 상태로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박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피해자 B씨와 합의를 하지 못하다가 1심 선고를 앞두고 합의를 한 뒤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바로 ‘반의사불벌죄’였다.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보통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수사 또는 기소 전 단계에서 합의를 하고 불송치하거나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처리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B씨는 1심 재판 선고 이전에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음주운전·무면허운전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중 사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12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즉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형 요소로만 판단한 것이다.
쟁점에 대한 2심의 판단은 똑같았다. 다만 A씨가 현재 음주운전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유죄로 판단,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1심 법원에 제출했으므로 원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