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심 구형에만 4년...사법 정의 뭉갠 '늑장 재판' 더 없어야

  • 등록 2023-09-13 오전 5:00:00

    수정 2023-09-13 오전 5:00:00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6년과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한병도 의원 등 나머지 13명에게도 모두 징역형 실형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된지 3년 8개월 만에 그제 끝난 1심 재판 결심 공판에서다. 선거법 재판은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돼있지만 재판이 지연되면서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다 마쳤다. 황·한 의원도 선고 공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더라도 항소·상고심까지 갈 공산이 커 임기를 채울 전망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문재인 정부 최대 불법 혐의 중 하나다. “송 전 시장의 당선이 소원”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공작에 가담한 것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하명 수사, 후보 매수 등 공정 선거의 룰을 짓밟은 파렴치한 범죄가 권력 최상층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혐의를 덮으려고 온갖 수단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노골적으로 재판을 뭉갰다. 우리법 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는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더니 갑자기 휴직을 신청했다.

헌법 제 27조는 국민 누구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에서는 늑장 재판이 고질화됐다. 한 통속 문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늦어진 울산 시장 선거 재판은 극히 일부다. 그가 취임한 2017년 9월 이후 최근 6년간 민사 1심 합의부 사건 처리는 127일 늦어졌다. 같은 기간 형사 1심 합의부 사건도 처리 기간이 53.2일 늘어났다. 민사 사건의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 기간도 96일과 235일씩 길어졌다.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소홀히 한 직무 유기다.

사법부 신뢰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김 대법원장은 24일 임기를 끝내고 새 사법부가 출범하지만 이런 흑역사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법원이 특정 이념으로 물들고 정의와 공정을 팽개친 채 나태에 빠지는 것은 나라와 국민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새 사법부는 국민 권익 보호와 정의 실현에 앞장서는 본연의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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