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처벌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대법 "하청도 포함돼"

원청 대금 미지급으로 하청업체 임금 체불
원청·하청·재하청 연대책임으로 검찰 기소
근로자들 원청 처벌불원 표시…"공소기각"
대법 "하청·재하청도 처벌불원 포함으로 봐야"
  • 등록 2023-01-15 오전 9:00:00

    수정 2023-01-15 오전 9: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도급사업에서 연대책임이 있는 원청에 대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표시에는 하청(직상수급인)과 재하청(하수급인)의 처벌도 희망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플랜트제조업체 대표 A씨와 하청 대표 B씨, 재하청 개인사업주 C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하청 대표 B씨는 지난 2014년 4월 플랜트제조업을 운영하는 A씨에게 사일로 제작을 도급받았다. 이후 재하청 개인사업주 C씨는 하청 대표 B씨에게 사일로 제작을 다시 재도급 받았다. 하지만 C씨는 사일로 제작과 관련해 생산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의 임금을 포함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원청 대표 A씨가 도급계약에 의한 공사의 하도급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씨도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하도급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A씨와 B씨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어 함께 기소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여러 차례의 도급이 이뤄지는 경우 원청의 귀책사유로 임금을 체불한 경우 연대 책임을 진다.

1심은 B씨와 C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A씨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A씨의 경우 기소 이후 근로자 24명이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해 근로기준법위반에 대한 공소기각 결정을 했다. 일부 근로자는 민사소송 조정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고 고소취하서를 제출했다.

2심에서는 피해 직원들이 고소를 취하해 A씨의 연대책임이 소멸했으므로 다른 피고인들의 지급책임도 소멸했다고 피고인들이 법리오해 주장을 꺼냈고, 1심에서 선고한 벌금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의 위험이 해소됐다면 B씨와 C씨의 책임도 소멸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근로자들이 A씨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에는 B씨와 C씨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와 C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A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위 수급인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고 합의한 근로자가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만 따로 처벌받기를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상위 수급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의 해석 등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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