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계양을…이재명 정치생명 엇갈린다[격전지②]

'계양을' 2~3%p' 초접점…바닥 민심도 '팽팽'
이재명 압승시 '사법리스크' 덜고 대권가도
패배시 '적신호'…초접점 승도 후유증 남아
  • 등록 2022-05-30 오전 6:00:00

    수정 2022-05-30 오전 6:00:00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재명 오고 우리 지역 분위기가 시끌시끌하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분위기는 한마디로 이렇다. 그동안 계양구는 인천 내에서도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표밭으로 분류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 선거 주자로 뛰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그 기류가 달라졌다. 보궐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선거 ‘성적표’에 따라 이 후보의 정치적 생명도 걸려 있다. 이 후보가 차기 대권 가도를 달리느냐, 벼랑 끝에 내몰리느냐 갈림길에 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9일 인천 계양구 김포도시철도 기지창 인근에서 ‘지하철 9호선 계양 연장 공약’을 발표한 뒤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어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양을 보궐선거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 시장 출마로 공석이 되면서 열렸다. 계양을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하다. 지난 대선을 보면 이 지역은 이 후보에게 52.2%의 지지를 보내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43.6%)보다 8.6%포인트 앞섰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갑·을로 분구된 이후 2010년 보궐선거(한나라당 승리) 때만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계열 정당이 내리 승리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정치 전면에 복귀하고,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를 두고 연고도 없는 ‘계양을’에 나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며칠 사이 여론조사가 확연히 바뀌었다. 이 틈을 타 국민의힘은 25년째 지역에서 내과의사로 일한 윤형선 후보를 ‘텃새’로, 25일 계양에 머문 이 후보를 ‘철새’로 비유하며 ‘25년 대 25일’ 프레임을 세웠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3~24일 계양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가 45.5%, 윤 후보는 44.3%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2%포인트 박빙이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내일이 선거날이라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에 42.5%는 이 후보, 42.7%는 윤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인천 계양구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선언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계양구을선거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 들어본 바닥 민심도 팽팽하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이 후보의 실력’과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입장이고, 윤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이재명만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계양구에서 나고 자란 나용진(62)씨는 “쭉 여기 살면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이다. 근데 송영길 국회의원 자리에 이재명이 나오면 당연히 계양구민은 찍어주겠구나 생각하는 것 같다. 진짜 계양구민을 호구로 아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송영길에 대한 배신감, 이재명은 여기 와서 오줌 한번 싸봤나, 밥 한번을 먹어봤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정책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다시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계양구에서 30년 거주하고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55)는 “1년 10개월이지만 앞 전에 했던 민주당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간 송 대표가 전통시장, 체육공원, 계양 둘레길 등 많은 것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결과를 까보면 이재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투표에서 이같은 여론조사를 뒤엎고 이 후보가 압도적 차로 승리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대장동 수사와 성남 FC 후원금 수사,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본인과 주변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부담도 한시름 덜 수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뿐 아니라 야당 최대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것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에도 정치적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패배할 경우엔 정치적 치명상이 예상된다.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에 돌아갈 길도,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마셨으니 당에 돌아갈 명분도 약해진다. 향후 2년간 당권을 가를 8월 전당대회에도 나설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다. 가까스로 이기는 경우도 후유증이 남을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후보의 발은 계양을에 묶여 있다. 전날(28일)도 경기도 지원유세 후 곧바로 계양을에 돌아왔고, 29일도 계양에만 머물렀다. 이 후보는 전날 “계양을이 박빙이다. 도와달라 문자 보내달라. 차비 정도는 주셔야 되지 않겠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반란을 노리고 있다. 윤 후보는 “25년간 계양에 봉사해온 사람과 25일도 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선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왼쪽에서 두 번째) 후보가 26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양구청 인근 먹자골목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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