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건설사가 올해 들어 하자를 보수하느라 쓴 비용이 1400억원대로 집계됐다. 최근 잇따르는 건설사 부실시공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6일 도급순위 상위 10개 건설사(호반건설 제외)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들 건설사가 올해 1~3월 지출한 하자보수 사용액(환입액 포함)은 1438억원이다.
건설사별로 보면, 하자보수에 돈을 가장 많은 쓴 데는 HDC현대산업개발(380억원)이었다. 이어 GS건설(290억원), 현대건설(200억원), DL이앤씨(140억원), 포스코이앤씨(130억원), 대우건설(120억원) 순이었다.
10개 건설사가 하자보수 비용을 지출할 명목으로 잡아둔 충당부채는 2조734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2조5260억원)보다 2070억원(8.2%↑) 증가한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이 5410억원을 하자보수 충당부채로 잡아둬 가장 많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과 시설을 대량 공급한 결과 충당부채 규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하자보수 충당부채는 앞으로 회삿돈을 들여서 하자를 고치는 데에 들어갈 비용을 미리 추산한 것이다. 이전보다 액수를 늘려잡은 것은 하자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주택 공급이 줄어서 하자보수 대상이 감소한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연간 주택준공 실적에 따르면 2020년 47만1000가구, 2021년 43만1000가구, 2022년 41만3000가구, 2023년 31만6000가구로 감소세다. 그럼에도 하자보수 지출액은 늘어나고 잠정으로 지출할 비용(충당부채)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0대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공급하는 물건은 주택뿐 아니라 도로나 다리와 같은 인프라 시설도 포함돼 있어서, 하자보수에 지출한 금액 전부를 아파트를 잘못 지어서 지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자보수 건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겠지만, 건당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한 결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