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주변 아랍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자 이란 등 반이스라엘 세력이 이를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도발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최근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도 수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중동지역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배후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부추기며 중동 평화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의 정치 혼란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분열로 정파간 대립이 극심하고 여론이 분열된 상태다. 철통 방어를 자랑하는 방공망 ‘아이언 돔(Iron Dome)’이 허무하게 뚫리고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모사드’가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해이해진 기강으로 군과 정보 당국이 여전히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권이 극단적 정쟁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로선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정정 불안은 안보 위협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비상시국엔 여야가 정파에 관계없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