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하나투어에 설자리 잃은 중소 여행사의 '한숨'

도산 공포에 떠는 여행업계 ③
영역 확장하며 투자 유치해 몸집 불린 OTA
종합여행사 1분기 흑자 전환 예상…속도 빨라
포털 1위 네이버까지 상승하며 각축전 벌어져
전문가 “중소여행사 설 자리 좁아질 것” 우려
  • 등록 2023-03-07 오전 5:00:00

    수정 2023-03-07 오후 2:17:16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여행업계가 OTA(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와 대형 여행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덩달아 중소 여행사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여행시장 재개로 인한 과실을 OTA와 대형 여행사가 독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리오프닝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의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실적이 바닥을 친 대형 여행사는 올 1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할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일본, 동남아 등 인기 여행지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리면서 숨통이 트였다. 앞으로 중국, 유럽 등 항공편이 확대되면 실적은 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월에 이어 2월 송객 수가 꾸준히 회복되면서 1분기에는 하나·모두투어 모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기존 예상보다 2~3개월 정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 내 이용 경험이 있는 여행상품 플랫폼 (그래픽=문승용 기자)
숙박, 항공, 레저, 교통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OTA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플랫폼 부문 거래액은 2021년 대비 135% 상승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315% 증가했다. 렌터카와 항공권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여기어때는 지난해 2021년 대비 94% 늘어난 3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렌터카와 항공권은 국내 사업만으로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0배 급증했다.

여행시장은 OTA와 전통 여행업계 외에 주요 포털까지 가세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소비자 리서치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네이버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여행 플랫폼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년 내 네이버에서 여행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19년 7.8%에서 2022년 19%로 2배 이상 늘었다. 기존 2위였던 여기어때도 같은 기간 비중이 10.5%에서 18.7%로 늘었지만 네이버의 약진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향후 높은 인지도와 이용 편의성,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를 불린 OTA와 대형 여행사가 여행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에상하고 있다. 반면 차별화된 상품은 물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여행사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소여행사는 항공권, 숙박권 등을 사서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묶어 팔아 OTA와 경쟁했으나 지금은 이 범위까지 OTA가 침입한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 여행수요는 2019년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체 간 경계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중소여행사는 경쟁에 의해 회복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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