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와 ‘알라딘’으로 관객이 영화를 보며 노래를 부르고 반응하는 ‘싱어롱(Sing-Along)’ 관람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싱어롱이 아닌 앵어롱(Angry-Along) 상영회를 가면 된다. 지난 4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영화 ‘주전장’을 보며 분노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앵어롱 상영회'를 개최했다. 7월 25일 개봉한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일본의 극우 세력과 이에 반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출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맡았다.
사이다 캔 따고 에어캡 터뜨리는 소리...사운드효과로 느껴져
오후 3시 영화 시작 전부터 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장이 시작되고 모든 관객이 사이다 한 캔과 에어캡을 받았다. 사이다는 화가 날 때 속을 뻥 뚫리게 하라는 의미고 에어캡은 욕이 튀어나올 때마다 터뜨리라는 의미로 증정됐다. 관객들은 색다른 소품이 어색한지 웃음을 지으며 에어캡과 사이다를 매만졌다. 에어캡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섰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려는 단박에 사라졌다. 타이틀이 오르기 전 미리 나오는 영상에서 모든 관객이 일제히 사이다 캔을 땄다. 첫 장면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교과서적 설명이 적혀 있는 텍스트였다. 단순히 텍스트만 봤을 뿐인데도 모든 관객이 ‘사이다 드링킹’을 원했다.
헛웃음, 뒷목 잡기가 시작된 순간은...
언제 헛웃음과 탄식 소리를 내야 할지 합의된 순간은 없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큰 소리를 내는 대신 사이다를 마시거나 에어캡을 터뜨렸다.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탄식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부로 향하자 점점 동일한 장면에서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통된 정서는 ‘일본 극우 세력’에 대한 분노였다.
“국가는 사죄하지 않는다.” 일본 수정주의자이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 후지오카 노부카츠의 대사다. 국가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사죄한다는 명제는 없다는 그의 설명에 관객들은 동시에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후부터는 약속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헛웃음, 탄식, 뒷목 잡기 등이 함께 이어졌다.
“머지않아 중국이 옛 소련처럼 무너지고 나면 한국은 자연스레 일본에 기대올 것”이라는 극우 세력의 말과 “지금 한국을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며 헛웃음과 탄식이 동시에 찾아왔다.
관객의 참여도 높이는 ‘앵어롱 상영회’
영화가 끝나고 “분노가 허락되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다 화병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앵어롱이 아니어도 영화를 보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을 것 같다. 다행히 에어캡을 터뜨리고 사이다 캔을 따며 '분노 소리'를 공유한 덕분에 앵그리 지수가 치솟진 않았다.
앵어롱 상영의 장점은 싱어롱이나 댄서롱과 달리 참여가 쉽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50대 이상 남성 관객들도 꽤나 눈에 띄었다. 가뜩이나 더운 날, 아베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싶다면 주전장을 감상하며 관객들과 '앵어롱'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