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환(발전) 부문에서 나오는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억6960만톤(t)에서 2030년 1억4590만t으로 45.9% 줄인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목표치인) 21.6%에서 ‘플러스 알파(+α)’ 더 상향 조정한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제 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핵심 내용이다. 탄녹위는 산업 부문의 감축 부담 완화분(810만t) 중 절반 가량(400만t)을 전환 부문, 특히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추가 확대로 만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환 부문에는 원전도 있지만, 이미 현실 가능한 건설 계획 등이 모두 선반영된 상태여서 추가 감축 부담은 오롯이 신·재생에너지가 떠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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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가 두 달 전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2030년 신·재생 발전 비중 목표(21.6%)만 해도 도전적으로 평가됐는데,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추가했다. 신재생에너지를 문재인 정부의 유물처럼 인식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 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장관 자문기구인 에너지위원회 7기 위원에 원전 전문가를 포함하면서 기존 기업·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를 대부분 배제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원전 전문가를 배제했던 전철을 그대로 되밟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원전에 우호적인 인사들로만 너무 치우쳐 구성됐다”면서 “태양광, 풍력 등의 분야에서 내는 목소리가 제대로 위원회에 전달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확대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가 미온적인 상황에서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간 신재생에너지업체의 한 관계자도 “탄녹위의 목표치 상향 조정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정부의 실질적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큰 기대는 없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 발전 비중 목표인 21.6% 달성도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이다. 기존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28.8기가와트(GW)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를 7년 안에 72.7GW로 확대해야 한다. 매년 5.5GW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5년 연평균 3.8GW 증가했다는 걸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주민 수용성 확보·풍촉법 등 지원법 통과돼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소음, 저주파 피해, 주민들의 반발 등의 이유로 공사가 차질을 빚는 일이 다반사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명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풍촉법, 김원이 의원 외)’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확대에 필요한 다수 법안이 여야 이견으로 수 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것도 문제다.
그나마 23일 국회에선 신·재생 발전 보급에 유리한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하며 법 제정의 9부 능선을 넘어선 점은 긍정적이다. 정규창 한화큐셀 파트장은 “신·재생에너지 목표 상향과 함께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시행되면 시범·실증 단계에 머물렀던 영농형 태양광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 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온실가스 추가 감축분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준비 소흘로 인해 초기엔 온실감스 감축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지만,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감축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