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지에서 구걸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자주 보게 돼요. 관광객에 호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여행비를 마련하려는 수법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해요.”
최근 SNS에서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베그패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베그패커는 구걸하다의 베그(beg)와 배낭여행객을 일컫는 백패커(backpacker)가 합쳐진 단어로, 주로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외국인 여행객을 의미한다.
베그패커라는 용어는 외국인 여행객이 점점 늘어나는 최근 들어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추세다. 이들은 주로 명동·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명소에서 기타를 연주하거나 사진을 팔며 여행비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 또한 존재했지만, 대부분 일종의 ‘재능 기부’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물건을 팔거나 공연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여행을 하는데 돈이 없다며 구걸을 하는 여행객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부분 관광비자로 돈을 버는 행위는 불법일뿐더러 동정심을 이용해 구걸하는 행위는 보기에도 좋지 않고 통행에도 방해된다는 입장이었다.
"한국 물가 비싸요"... 음식과 돈 요구하는 외국인 여행객
주말 오후여서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며 해당 팻말과 외국인 여행객의 모습을 봤다. 그중에는 적선을 하며 여행객에게 말을 거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한 중년 시민은 “외국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이 이렇게 힘들게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젊은 층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한 시민은 “이런 식의 사기가 요새 유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속여서 외국인들이 돈을 벌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현진(26·가명·여) 씨는 “주말이라 산책을 하러 석촌호수에 왔는데 사람이 몰려 있어 뭔가 싶어 보게 됐다”면서 “공연을 하거나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구걸을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적선을 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김현진 씨는 “정말 돈이 부족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몇 개월 동안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다”며 “통행에 방해가 돼 불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임태훈(26·가명) 씨는 “백인 여행객이 구걸을 하는 모습이 익숙하진 않았다”며 “베그패커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임태훈 씨는 “버스킹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일종의 공연관람문화라고 생각하지만 무작정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베그패커 처벌 가능할까... “처벌 명시 안 돼 있어”
그러나 베그패커가 외국인이라는 점과 해당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와 시간이 특정하지 않고 일시적이라는 점 등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지난 16일 석촌호수에 나타났던 베그패커 역시 약 두 시간 정도 구걸행위를 한 뒤 사라져서 시민들이 신고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해당 구걸행위와 관련해 송파구청 공원관리과 내 석촌호수공원 담당자에게 문의를 한 결과, 담당자는 “공원법상에 구걸행위에 대한 처벌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석촌호수공원 담당자는 또한 현재까지는 베그패커와 관련한 민원이 들어온 경우는 없다면서 “만일 민원이 들어온다면 해당 구걸행위를 멈추게 하거나, 공원에서 쫓아내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 명소거리를 담당하는 중구청 문화관광과 측에서도 “아직까지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오거나 구청 측에서 처리를 한 건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시간대에만 구걸 행위를 하는 베그패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