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 추가 인상 예고한 미 연준, 긴축 장기화 대비해야

  • 등록 2023-09-22 오전 5:00:00

    수정 2023-09-22 오전 5:00:00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제(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5.25~5.5%)으로 동결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3.7%로 목표 수준인 2%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도 긴축 장기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월가에서는 ‘매파적 동결’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회의 후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짚어볼 수 있다. 점도표는 연말 최종 금리 중간값으로 5.6%를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남은 두 번(11월과 12월) 가운데 한 차례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내년말 최종금리 중간값은 5.1%로 지난 6월 전망치(4.6%)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금리인하 시작점이 내년 하반기로 늦춰질 것이며 5%대의 고금리가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연준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조기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소비·투자 부진과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점 등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까지 떨어지고 한은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조기 금리인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가계부채가 급증해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4%나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방향으로 보인다. 긴축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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