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 한 관계자는 “더는 일본을 믿을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비즈니스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탈(脫)일본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 산업을 돌아보고 자체적인 소재·부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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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지난해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예산, 세제, 금융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어려움을 풀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반도체 핵심소재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생산시설 증설에 나섰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용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은 올해 1분기 안으로 포토레지스트 생산 시설 증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동진쎄미켐은 2010년 국내 최초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직전 단계인 ‘불화아르곤(ArF) 액침 포토레지스트’ 개발ㆍ생산에 성공했다. 산업부는 동진쎄미켐 공장 증설이 마무리돼 내년 초 정상가동되면 국내 포토레지스트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깎고 불순물을 제거할 때 쓰는 핵심소재인 불화수소도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양산하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도 국산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투자를 늘리려는 해외기업도 나타났다. 글로벌 화학소재기업 듀폰은 지난 9일 천안에 포토레지스트 개발ㆍ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듀폰은 내년까지 약 325억원의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포토레지스트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일부 핵심 품목을중심으로 수입다변화 및 국내에서 공급 기반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