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리며 “그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썼다.
설 연휴를 앞두고 불교계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한 자유한국당의 황 대표가 반려동물 공약 발표 중 “저도 몇 년 전에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14년 만에 (반려동물이) ‘작고’하셨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작고’는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며, ‘윤회’는 인간이 죽어도 그 업에 따라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 교리다.
|
한국당이 당초 황 대표 명의로 조계종 종단 대표 스님들에게 보내려 했던 설 선물은 한과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들에게 도착한 선물은 쇠고기를 말린 육포였다.
한국당은 즉각 입장문을 내 “배송업체와 소통의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고 황 대표도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 경위를 철저하게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 참석해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아 종교 편향 시비가 일어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계종은 공식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황 대표는 “불교 또는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 잘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4·15 총선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 신자가 월등히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2014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종교 관련 면접조사 결과 부울경 지역에 불교 신자가 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 전 총리는 당으로 복귀해 상임고문에 위촉된 뒤 첫 외부일정인 동시에 사실상 첫 총선 행보로 7대 종단 지도자 인사를 잡았다. 이를 두고 ‘육포 논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자, 이 전 총리는 “이런 일정은 급격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방문 계획을 추진한 것은 어제 그 사건을 알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김명연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은 육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황 대표는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선 불가에서 몇 가지 경우에 한해 육식을 허용하는 ‘오정육(五淨肉)’을 언급하며 한국당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며, 불교계에서도 질병과 요양 등이 아니면 육식을 삼가도록 하고 있어 사회적 불문율을 깬 사안임은 분명하다는 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황 대표와 같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2008년 추석 선물로 준비한 황태·멸치 세트를 불교계 큰 스님들에게 보내려다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에 황급히 다기 세트로 교체한 바 있다.
이러한 반면교사(反面敎師) 덕분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추석 선물로 잣, 유가, 육포 등을 고르면서 불교계에는 육포 대신 호두를 보냈다.
|
정치인의 명절 선물엔 사회적 분위기와 지역 안배 등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실리기 마련이다. 육포 배달 사고로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육포 소동이 일어난 지난 20일 대한불교조계종 홍보국은 페이스북에 47번째 ‘진리의 말씀’을 전했다. “악행은 행하지 않는 것이 나으니 악행은 나중에 괴롭기 때문이다. 선행은 행하는 것이 나으니 행하고 나면 괴롭지 않기 때문이다”는 글로, 불교 잠언 ‘법구경’ 중 ‘지옥의 품’의 한 구절이다.
선의로 베푼 선물이 악행으로 비치며 진땀을 뺀 황 대표가 찰나의 지옥을 맛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