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대출 급증 주범 50년 만기 주담대, 폐지가 답이다

  • 등록 2023-09-15 오전 5:01:00

    수정 2023-09-15 오전 5:01:00

가계대출 급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6조9000억원 늘어 2년1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 1~3월에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내역을 보면 주담대가 7조원 늘고 그 외의 대출은 1000억원이 줄었다. 주담대는 지난 2월만 해도 3000억원 감소했으나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증가폭도 매달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50년 만기 주담대까지 가세해 가계대출 증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출 만기가 40년에서 50년으로 늘면 연간 내는 원리금 부담액이 줄어 그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건전성 규제의 핵심 축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무력화 되고 있다. 기대여명이 20년 정도인 60대 고령층에까지 50년 만기로 돈을 빌려주는 것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구 연한이 30~40년 정도인 아파트를 담보로 50년 만기 대출을 해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 지도 따져볼 일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화 되고 있는 점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강력한 긴축을 통해 초저금리 시대에 불어난 부채를 상당 부분 줄여 나가고 있다.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중국처럼 침체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끌어 올리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섰지만 시장은 반대(부채 증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집값 하락을 막는 데 급급한 정부가 50년 만기까지 허용하며 주담대를 권장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정책 부조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뒤늦게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해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섰다. 그러나 50년 짜리 대출 상품의 만기를 40년만 인정해 주겠다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다. 규제는 또 다른 회피를 양산해 시장을 왜곡할 것이다. 차제에 한국의 현실과 괴리된 50년 만기 주담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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