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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시에서 15km 가량 떨어진 이 곳은 이날 온화한 날씨속에 평온한 분위기였다. 산비카역에서 수소충전소까지는 도보로 10여분 거리다. 수소충전소 인근 잔디밭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기 위해 소풍을 온 시민들로 붐볐다. 북방에 위치한 노르웨이에선 드물게 기온이 25℃ 넘게 올라 해수욕을 하러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사고가 난 수소충전소는 철제 펜스 등으로 출입이 통제됐지만, 충전소 인근은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소충전소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고 시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전거를 타고 사고가 난 수소충전소 주변을 지나쳤다.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사고 “폭발 아닌 화재”
산비카를 찾은 이날은 수소충전소 사고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이었다.
세계적인 수소기업이자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수소충전소 운영사인 넬(NEL)은 “사고의 근본 원인은 고압저장장치내 수소 탱크 플러그의 조립 오류”라며 “작업자 실수로 플러그의 내부 볼트가 적절하게 조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누출된 수소가 실외에서 불이 붙어 연소한 화재이지 충전소 폭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넬은 이번 수소충전소 사고와 관련 “미국과 한국에 있는 수소충전소 내 고압저장장치는 사고가 난 수소충전소 내 고압저장장치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내에서는 이번 수소충전소 사고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수소차와 경쟁 중인 전기차 업계에서조차 언제든 전기차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르웨이 전기차협회 피터 하우그넬랜드(Petter Haugneland) 사무총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솔린·전기차도 화재 위험이 있다”며 “노르웨이 내에서 수소충전소 사고와 관련해 특별히 문제 삼거나 수소폭발 사고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전했다.
노르웨이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수소충전소 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소충전소 사고가 ‘관리 가능한 리스크’라고 보기 때문이다.
스투어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이모빌리티(e-mobility) 담당 국장은 “이번 수소충전소 사고는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며 “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일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수소연료는 안전, 과잉 우려 말아야”
오히려 노르웨이에선 다른 나라들이 이번 사고 탓에 수소연료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우려해 ‘교각살우(矯角殺牛)’ 우를 범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노르웨이는 유럽을 대표하는 친환경 자동차 선진국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2019년 유럽 환경수도’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무공해(zero emission) 자동차로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국가 교통 계획’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는 친환경차 확대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1990년 대비 최소 40% 감축할 계획이다.
남영숙 주노르웨이 대사는 “노르웨이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 전기차, 수소차 이용을 확대하는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친환경 차량을 늘리는 정책에는 정부의 강력하고 일관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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