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중국 대신 공급망 이원화"...주목해 봐야

  • 등록 2023-08-25 오전 5:00:00

    수정 2023-08-25 오전 5:00:00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탈(脫)중국보다는 공급망 이원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큰 시장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말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해 중국 내수시장 전용으로 공급망을 따로 관리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그제 발표한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중국의 대응’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공급망 이원화 전략을 위해 초격차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이달 초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수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로 각각 세계시장 공급량의 94%와 83%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중 간의 공급망 전쟁이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6월 “중국을 통한 수출호황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윤 정부의 탈중국 선언으로 인식되면서 국제정치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대중 관계 악화의 계기가 됐다. 한한령과 요소수 사태 등 중국 정부의 강압적 조치들도 탈중국 추세를 조장하는데 일조했다. 그 결과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경제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있다. 전체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은 1%대로 반토막 났다.

중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6.8%에서 지난해 22.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최대 시장이다. 중국에 수출과 원료 공급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탈중국으로 거대 시장을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중국 수출 주력 상품을 중간재에서 완제품으로 전환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공급망 이원화 전략을 심도있게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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