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사기 저하가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어제 스승의 날을 맞아 발표한 교원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및 대학 교원 6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23.6%에 불과했다. 17년 전인 2006년의 같은 응답률 67.8%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는 응답률은 20.0%의 극히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교사들 사이에 보수를 포함한 처우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교권(교사의 권위)추락이 교직 만족률 급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2009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시·도별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확산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학생 인권은 신장된 반면 교권은 크게 위축됐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결코 반비례하는 가치가 아님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그렇게 돼버렸다. 학생인권조례를 포함해 그동안 도입된 각종 학생인권 보호 제도가 교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짜여진데다 그런 제도를 악용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도중 남학생이 교단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여교사의 사진을 찍은 사건은 교권 추락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과 관련해 교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막말이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이제는 드물지 않다. 교사들이 교직 생활에서 부닥치는 어려움 중 가장 많은 30.4%가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생활지도’였으며 그다음으로 많은 25.2%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라는 게 조사 결과다. 과거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 및 잡무’를 꼽은 비율은 18.2%에 그치고 있다.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에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 자신도 96.2%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부모의 학생 학대 주장만을 근거로 교사·학생 분리와 수사기관 신고를 하게 돼있는 아동학대처벌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교권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사기를 되살리지 않는 한 교육 백년대계는 공염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