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멀어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외부요인 탓만 아니다

  • 등록 2023-03-09 오전 5:00:00

    수정 2023-03-09 오전 5:00:00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대만에 역전 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1년 전보다 7.7%(2712달러)나 줄었다. 감소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120달러)보다 크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4034달러)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반면 대만의 1인당 GNI는 지난해 3만 3565달러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를 앞질렀다.

1인당 GNI 대폭 감소의 주범은 환율이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2원으로 전년 대비 12.9%나 올랐다. 이에 따라 1인당 GNI가 원화 기준으로 4.3%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달러화 기준으로는 7.7%나 줄어드는 결과를 빚어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 급등이 1인당 GNI를 4207달러만큼 깎아내리는 역할을 했다. 대만이 우리를 추월할 수 있었던 것도 대만달러화의 환율 상승폭이 6.8%로 원화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실질 성장률이 2.6%로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원화가치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환율은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원화는 미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환율 불안에 대해 미국 연준(Fed)의 긴축 장기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전적으로 옳다고는 보기 어렵다. 무역수지 적자와 인플레, 과도한 가계부채 등 우리 내부 요인들에 의한 기초 체력 약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5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가는 데 12년 걸렸고,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 데 11년 걸렸다. 이런 속도로 가면 2027년 무렵 4만달러를 돌파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환율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4만달러 시대는 요원하다. 5년 안에 4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튼튼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노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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