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 가격구조는 비정상적이다. 원가의 70%도 안 되는 전기료의 경우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그 결과 한전의 적자규모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2조 6000억원을 찍었고 올 1분기에도 6조 2000억원에 달한다. 요금을 찔끔 인상한다고 부실이 털어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 잡아두게 되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히 한전의 부실은 하도급 업체 전체로 번져 전력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적자보전을 위해 발행한 약 10조원 규모의 한전채는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경제 전반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전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극복해야 할 윤석열 정부도 지난 한 달 반의 오락가락 행태를 보면 우려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참에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에너지 요금 결정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매번 여론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시장논리에 따라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전기위원회를 독립된 기구로 격상하는 등 요금 결정 체계의 거버넌스를 재설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