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도ㆍ현실 따로 노는 최저임금...차등화 이래도 미루나

  • 등록 2023-04-03 오전 5:00:00

    수정 2023-04-03 오전 5:00:00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이달부터 3달가량 진행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달 말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저임금위는 위원 위촉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달 초순, 늦어도 중순에는 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심의 개시를 앞두고 최저임금 차등화 여부가 다시 핫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화는 경영계의 숙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해 최저임금위에서 두 가지 차등화 가운데 우선 업종별 차등화 방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사용자위원들과 근로자위원들이 찬반으로 맞선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9620원의 단일 금액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당시 최저임금위 표결로 최저임금 차등화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차등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의 경영여건이 서로 다른데 최저임금이 단일 금액으로 정해지다 보니 영세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부담을 과도하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적정 규모 이하 고용,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최저임금 위반 등이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업종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비율이 음식·숙박업에서는 40% 안팎에 이르는 데 비해 정보통신업에서는 1~2%에 불과하다.

제도와 시장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면 제도를 시장 현실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지역별 차등화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먼저 해야 추진할 수 있지만 업종별 차등화는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명기돼 있다. 그 채택 여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 심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할 사안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최저임금이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랐다. 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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