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법 통과에 대가 따진 野…국정이 장터 흥정인가

  • 등록 2023-02-16 오전 5:00:00

    수정 2023-02-16 오전 5:00:00

4류정치가 2류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경제계의 탄식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광경이 그제 또 한번 벌어졌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대기업)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그 무대다. 정부는 국가의 존망이 걸렸다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냉랭했다. 우리 반도체산업이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위기감과 이대로는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정부의 주장에 이들은 “대기업특혜”라며 빗장을 걸었다.

더 기가 찬 것은 이들의 발언 내용이다. “세액공제를 해 주면 새로 투자하겠다는 협의가 있었느냐” “막대한 세금 지원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거나 “혜택받는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 재벌”이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법안을 통과시켜 주면 대가로 무엇을 내놓을거냐고 따져 물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부 의원은 “기재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인식과 바깥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어떠한지를 짐작하게 하는 발언들이다.

우리 수출의 19%, 투자의 18%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위기다. 미국·중국·대만은 물론 일본 등 경쟁국 모두가 미래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투자 및 신기술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서 한국·대만의 자금과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해 7조 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편성했다. 수출이 6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순익도 급감하면서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된 한국 기업들에겐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에 정치권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빼고 더불어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선임했다. 반도체 산업과 인연도 없는 의원을 불쑥 심은 것이니 어떤 설명을 한다 해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미래가 걸린 자리마저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정치 셈법에 따라 처리한 인상이 역력하다. 정치가 4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을 국회의장과 야당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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