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초대형 스팩' 눈독…시장은 '글쎄'

삼성·하나 이어 미래에셋도 초대형 스팩 설립
IPO 시장 둔화에…대규모 스팩 활성화 기대
작년 상장된 초대형 스팩 주가 ‘주르륵’
"합병 대상 발굴 관건…제도 안착 필요"
  • 등록 2023-02-08 오전 5:45:00

    수정 2023-02-08 오전 5:45:00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증권사들이 잇달아 초대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규모가 큰 기업들이 직상장 대신 스팩 합병 상장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지난해 상장한 초대형 스팩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 반응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증권사들이 초대형 스팩이 연이어 상장에 돌입한다. 삼성증권(016360)은 오는 14~15일 공모 규모 400억원에 달하는 삼성스팩8호의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일반청약은 이달 20~21일이며, 상장일은 미정이다. 미래에셋증권(006800)도 오는 27~28일 700억원 공모 규모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수요예측을 비롯, 내달 일반청약을 실시한다. 두 스팩의 공모가는 모두 1만원이다.

출처=마켓포인트, 종가 기준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합병기업을 찾아 합병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해산된다. 그동안 스팩 상장은 공모 규모가 200억원 미만인 업체들이 주로 이용했다. 수요예측 절차 없이 사전에 정해진 공모가로 상장을 진행할 수 있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기보다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둔화하면서 기업가치가 큰 업체를 겨냥한 초대형 스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늘어난 탓이다. 증권사들 역시 스팩합병이 성사될 경우 인수 및 자문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큰 기업을 겨냥한 300억원 규모 이상의 스팩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만 초대형 스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당초 기대와 달리 점차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장한 공모금액 300억원 규모의 삼성스팩7호(439250)의 경우 이날 1만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26일 상장 첫날 종가 1만4100원과 비교하면 28.1% 하락한 수준이다. 상장 첫날 한때 1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것만 봐도 관심이 크게 줄었다. 400억원 공모 규모의 하나금융25호스팩(435620)도 이날 97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공모가(1만원) 대비 2.7% 내린 수준이며, 지난해 10월20일 상장 당일 종가 9760원보다도 소폭 낮다.

초대형 스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점차 옅어지는 건 합병 기업을 발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스팩 규모가 클수록 합병 대상 기업들은 성장성이 높은 경향을 띠는데,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으려 할 경우 기존 스팩 주주와 갈등이 따를 수 있다. 더욱이 컬리 등 최근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호전되는 시점에 IPO를 재도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려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형 기업들이 여전히 직상장을 선호하는 만큼, 증권사들이 스팩이 합병 대상을 찾는 데 난관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초대형 스팩 시장이 이제 막 개화된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기업들이 몸값을 높이고 싶지만 시장의 밸류에이션과 괴리가 있으면 상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스팩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안 된 만큼 초대형 스팩은 제도가 안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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