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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부장검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특수3부 부부장검사 시절 수사로 징역 4년을 복역한 모 국회의원 비서관이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를 원망하러 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그 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전에 필자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비서관을 하면서 심장에 스탠트 시술을 한 채 술도 많이 먹고 무질서한 삶을 살았을 때 구속되었다고 회상했다. 교도소의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도 찾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절대로 법을 어기면서 살지 않겠다고 했다. 3년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나머지 1년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인도 같이 왔는데 1층 민원실에 있고 함께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를 구속하고 징역을 살게 한 검사를 만나러 온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가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부인이 갑자기 생계를 유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분은 수사과정에서 정성을 다하고 많은 배려를 해 준 필자를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그 분을 위로해 주고 새로운 삶에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부인을 행복하게 해 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악수하면서 헤어졌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필자는 필자의 수사를 받는 분들이 법률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법률상 요건은 반드시 갖추도록 했다. 필자가 피의자를 만나는 순간은 이미 아주 많은 증거 수집을 통해 혐의를 거의 입증했을 때다. 즉시 구속하고 기소해 버릴 수도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증거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더불어 수사를 받는 분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형사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변호인이 있다면 상의하도록 안내했다. 형사절차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최소한의 처벌을 받고 형사절차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기록을 더 검토해야 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렇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수사절차를 주재하는 검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분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고 양형에 참작을 받았다. 대부분 실형을 복역했지만 그 분들이 필자를 원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것이 우리 법률이 허용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처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