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러시아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간 결제용 전산망인 스위프트를 이용할 수 없게 돼 금융 거래와 대외 교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문제는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러시아의 거래 상대국들도 결제 차단과 교역 위축에 따른 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튀었다. 당장 급한 대로 우회 결제 경로를 찾아야 할 뿐 아니라 대러시아 거래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일부 반도체 소재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대체 수입처도 발굴해야 한다.
1991년 소련 해체로 종식된 구냉전이 군사동맹간 대치였다면 이번 신냉전은 경제동맹간 대치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경제 세계화가 멈칫하고 블록화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외교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이 대러시아 교역의 우회로로 부각되면서 동아시아의 교역질서에는 물론이고 지정학적 균형에도 큰 변화가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 신냉전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나 단기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춰 미래 국가전략을 다시 짜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