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최근 가계부채 증가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가계대출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헤럴드 핑거 IMF 연례협의단 대표는 그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발표를 통해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이미 높은 가계부채도 다시 상승했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취했던 정책들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핑거 대표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부채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데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그동안 시장 안정을 내세워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인 지난해 6월 ‘새 정부 가계대출 관리 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라 국내 최초로 5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도입됐고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두 가지 핵심 수단 중 하나인 LTV(담보인정비율)를 대폭 풀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나 임대 매매사업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심지어 투기과열 지역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까지 풀어줬다.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풀어주는 특례보금자리론도 허용했다.
대출 문턱을 크게 낮춰주고 빚 내서 집을 사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 사기)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에만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5조 9000억원이나 늘었고 주담대는 7조원이나 늘었다. 가계대출은 2021년 9월, 주담대는 2020년 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라고 한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104.3%로 OECD 37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과도한 부채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고갈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켜 최악의 경우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