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리불감증' 국회 윤리특위, 제 식구 방탄이 본업인가

  • 등록 2023-09-01 오전 5:00:00

    수정 2023-09-01 오전 5:00:00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미신고 보유와 상임위원회 회의 중 코인 거래 의혹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김남국(무소속) 의원 제명안이 그제 윤리특위 소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윤리특위 소위와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의 3단계로 진행되는 징계 절차가 첫 단계에서 멈춘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야가 협의해 제명안을 윤리특위 전체회의로 넘기거나 제명보다 수위가 낮은 징계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 의원 제명안 부결은 김 의원의 전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회재·송기헌·이수진 등 3명의 소속 위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져 의결 정족수인 과반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도 문제지만 국회 윤리특위의 윤리불감증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윤리 불감증은 소위는 물론 전체회의도 동수의 여야 의원들로만 구성된 데 기인한 것이어서 치유는커녕 견제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가 오래전 제명을 권고한 윤미향(무소속)·박덕흠(국민의힘)의원 징계안이 1년 반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온갖 사안을 놓고 원수처럼 싸우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놓고 한통속이 되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21대 국회에서 윤리위에 제소된 징계안이 47건에 달했지만 처리된 것은 0건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회 윤리특위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내부의 윤리불감증 해소가 최우선 과제다. 우선 윤리특위 구성부터 개편해야 한다. 윤리특위를 여야 동수로만 구성하는 현행 방식 대신 중립적이고 신망있는 외부 인사를 추가하거나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한 배심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윤리특위의 상설화도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비상설 특위 형태로는 신속한 징계 처리가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양원에 상설 윤리위를 두고 있다. 윤리특위 자체의 혁신을 넘어 국회 내부나 외부에 의원들의 윤리규범 준수 여부를 상시 조사하는 전담 조직을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무늬만 ‘윤리’를 내건 국회 윤리특위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외부 압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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