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정품목ㆍ지역에 쏠린 한국 수출, 다변화 외에 길 없다

  • 등록 2023-04-04 오전 5:00:00

    수정 2023-04-04 오전 5:00:00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과 대상국 집중도가 주요 수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품목 집중도는 1위, 대상국 집중도는 2위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 품목과 대상국 집중도(허핀달-허시먼지수)를 계산해서 비교해본 결과다.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10대 수출국 평균인 548.1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일본은 753.0포인트, 3위인 중국은 640.2포인트다. 가장 낮은 네덜란드는 372.1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장치·기기가 20.2%, 자동차가 10.5%를 차지한 것이 집중도를 높였다. 상위 10대 품목으로 넓혀 봐도 그 수출 비중이 68.7%로 10대 수출국 평균인 58.8%보다 9.9%포인트 높다. 수출 대상국 집중도는 1019.0포인트로 캐나다의 5734.4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에 수출의 4분의 3 이상을 의존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24.5%는 중국향, 15.2%는 미국향이었다.

이같은 수출 품목과 대상국 쏠림 현상은 대외 환경변화에 따른 충격을 증폭시킨다. 수출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가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히 큰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최근의 상황은 설상가상격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권시장의 투자 격언은 수출에도 적용된다. 쏠림이 초래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제1의 방법은 다변화를 통한 분산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특정 품목과 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의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을 다양하게 육성하고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수출 품목과 대상국 다변화를 생존 차원의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정부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의 초점을 이런 방향으로 맞춰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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