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악성 체납 막자`…주택용 전기요금 1년 안 내면 단전

주거 주택용 전기료 안 내도 660W 내에서 무기한 사용
전기료 3개월 이상 미납가구만 1만2000호…총 7.4억원
앞으론 미납 3개월 땐 660W, 6개월 220W, 12개월 단전
전류제한기 임의 조작에도 `용량 축소→전기공급 정지`
  • 등록 2022-03-06 오전 8:07:55

    수정 2022-03-06 오후 8:55:18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앞으로 주거 주택용 전기요금을 1년 이상 내지 않은 가정에 전기 공급이 끊긴다. 지금은 전기료를 내지 않아도 660와트(W) 내에서 계속 전기를 쓸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전기요금을 체납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 단, 사회배려계층은 예외조항을 설정해 단전 없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사진=한국전력)


6일 한국전력(015760)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이런 내용을 담은 전류제한기 기준 개선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행일을 정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위드 코로나 때 시행하려고 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자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시행을 유보했다”며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는 등 정부 방역지침이 바뀌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료 미납시 전력 낮추다 단전

한전이 개정한 주거용 주택고객 전류제한제도의 핵심은 전기요금 체납 방지다. 1년 간 전기료를 미납하면 전기 공급을 정지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전기요금을 3개월 간 내지 않으면 660W로 전력이 제한 공급되고 6개월분을 체납하면 220W로 용량이 낮아지며, 12개월분을 내지 않으면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 제도 취지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 등 사회배려계층은 전기 공급 정지 유예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전력이 660W에서 220W로 하향하는 기준도 일반 고객이 6개월 체납인 것과 달리 사회배려계층은 12개월 체납으로 완화했다.

통상 전기요금을 연체하면 연체료가 부과되고 납기일부터 2개월이 되는 날까지 체납하면 전기공급이 끊긴다. 하지만 주거용인 주택용 전력은 예외다. 전기요금을 3개월간 내지 않아도 660W 미만의 제한된 전력을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전은 아울러 전류제한 기능을 임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660W 넘게 써서 전력 공급이 정지되더라도 코드를 뽑고 다시 조작하면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악용하는 고객이 많아서다. 지금은 임의 조작 시 ‘고객안내→용량 축소→전기공급 정지’의 세 단계를 거치지만, 개선안은 ‘용량 축소→전기공급 정지’로 간소화했다.

여력 있는데 무임승차…“전기료 하마 잡는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전류제한제도는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전기 공급을 유지하되, 전기량을 줄여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라는 점을 고려했다.

처음에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전기요금을 체납하더라도 110W 용량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전력을 공급했다. 110W는 조명용 전등 2~3개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나치게 용량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2006년 11월엔 220W로 상향했다. 대신 전류제한기를 부설한 후 1년간 미납하면 단전하기 시작했다.

주거용 주택고객 전류제한제도 운영 경과 (자료=한전)


그러다 전기료를 내지 못한 가구가 촛불을 켜고 잠을 자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2013년 10월부터 동계에 한해 전류제한 기준을 660W로 높였고 적용 대상도 일반 고객으로 확대했다. 2015년 4월부터는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으로 660W를 적용했다.

올해 변경된 전류제한제도가 시행되면 약 10년 만에 전기요금 체납자에 단전이 이뤄지게 된다. 한전이 다시 전기료 체납에 단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기요금을 낼 여력이 충분한데도 장기간 체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현행 전류제한 기준인 660W는 32W 전등 2개, TV 1개, 200ℓ 냉장고 1개, 200W 전기장판 2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기료를 내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660W가 넘어가면 전력에 부하가 걸려 전류 공급이 차단되기 때문에 세탁기를 쓸 때 전기장판을 끄고 사용한 후 세탁이 다 되면 다시 전기장판을 켜서 전력량을 조절하는 식이다.

올해 1월 기준 전류제한기를 경험한 주택은 1만2000가구로, 이들이 내지 않은 전기료는 7억4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의 서민 생활 안정 방침에 따라 연료비를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역대 최대인 5조8601억원의 적자를 낸 한전 입장에서는 재정 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전기료를 낼 돈이 없는 어려운 계층을 위해 도입한 전류제한제도가 전기 도둑을 양산하는 제도로 변질했다”며 “전기료 무임승차를 줄이고 에너지 빈곤 계층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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