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호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 정부는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방안 추진을 발표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가 전략 무기화되는 국제 정세와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투자 활성화 정책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반도체 세제 지원에 대한 여론은 팽팽히 나뉜다. 한쪽에서는 우리의 세액 공제가 경쟁국보다 너무 낮아 국내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세제지원을 미국 수준인 25%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액 공제 확대는 특정 산업과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게 되며, 세수만 감소하고 감세를 통한 투자 및 고용 확대 견인 효과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상반된 두 주장에 대한 팩트 체크를 위해 칩4 동맹국의 반도체 세제지원 제도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반도체 세제지원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와 연구개발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로 구분된다. 미국은 설비투자는 25% 세액 공제하고, 연구개발비용의 증가분에 대해선 20%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대만은 설비투자 5%, 연구개발비용 25% 세액 공제율을 적용하며, 일본은 연구개발비용에 대해서만 최대 12%까지 공제해준다. EU는 아직 세액 공제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
우리의 경우 설비투자는 대기업 8%, 중소기업 16%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연구개발비용은 30~ 50% 세액 공제를 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도 우리의 세액 공제 제도가 경쟁국 대비 현저하게 낮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지원 방안은 대기업(중소기업) 기준 세액 공제를 15%(25%)로 확대하고, 올해 투자는 한시적으로 10%의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안 대로 시행된다면 대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5% 설비투자 세액 공제를 받게 돼 주요 경쟁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세제지원을 제공한다.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세제지원이 대기업만을 위한 특혜라는 주장은 안일한 현실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세제지원을 특혜로 바라보는 반기업 정서가 커지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외국 첨단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는 어려워진다. 세제지원으로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사례로는 친환경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있다. 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관련 지원에 대한 여론 대립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에서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편견으로 여겨진다.
특혜 논란에서 벗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육성이 더 필요한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절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찬반 양론이 극단적으로 대립해 방향을 정하지 못할 땐 세제 혜택을 한시적으로 주는 방법도 고려해봄직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요국들이 반도체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편견없이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고민하고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