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유휴 부동산 잇단 매각...왜

4대 은행, 코로나19 사태 이후 2536억원어치 매각
코로나 발발 이전보다 4배↑
영업점 축소ㆍ공실 확대 방지 조치
은행권 "부동산 리스크 줄이고 현금도 확보"
  • 등록 2022-04-20 오전 5:00:00

    수정 2022-04-20 오전 5:00:0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KB국민은행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건물을 129억4400만원에,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건물을 126억원에 각각 매각을 추진한다. 두 곳 모두 은행 지점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포함해 건물 및 점포 등 12개 부동산을 총 624억원 수준의 최저 입찰가격으로 공매 시장에 내놓고 20일 개찰에 나선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유휴 부동산 4곳을 총 147억2600만원에 매각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폐쇄점포 및 폐쇄점포가 있던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며 점포를 대거 축소한 가운데 경기 악화로 임대마저 어려워져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은행들이 매각한 유휴 부동산 규모는 코로나19 직전 2년간 처분한 것들의 4배에 이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총 45개 부동산을 1427억9300만원에 매각했다. 지점이나 출장소로 사용하던 건물 또는 대형 상가 내 호실을 공매 시장에 내놓은 후 최종 낙찰된 가격이다.

이들 은행이 매각하는 유휴 부동산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었다. 앞서 2020년엔 27개 부동산을 1108억5200억원에 처분했다. 2년간 총 72곳을 2536억4500만원에 매각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2년(2018~2019년)에는 총 19개 유휴 부동산을 1142억9300만원에 팔았다.

유휴 부동산 매각 행렬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개 부동산(총 98억9200만원)을 처분한 데 이어 지난 2월에 4곳(147억2600만원)을 매각했다. 국민은행도 역시 지난해 총 11곳(413억2700만원)을 팔았는데 이달에만 12개 부동산(624억원)을 내놨다.

이는 은행들이 영업점 구조조정을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유휴 부동산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수는 2018년말 3563개에서 2019년말 3525개로 38개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말 3303개로 1년 만에 222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말 3079개까지 감소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유휴 부동산이 생기면 과거엔 임대를 놓는 등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은 특수하게 설계돼 이를 활용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가 나빠져 임대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지점으로 사용한 건물 외에도 기숙사, 운동시설 등으로 활용한 공동 시설도 대거 처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판단 아래 ‘비쌀 때 팔자’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유휴 부동산 11곳을 총 350억8200만원에 내놨는데 최종 낙찰가격은 합계 413억2700만원이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총 76억7300억원에 내놓은 부동산 5곳을 최종 98억9200만원에 처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유휴 부동산 처분을 통해 위험요소를 줄이고 현금 확보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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