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기 조정 과정에서 실적 반등을 일궈낸 매각 측에서는 코로나19 이슈를 배제하고 늘어난 실적을 매각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원매자 측은 비대면 문화가 전방위로 확산한 상황에서 식음료 업체에 대한 평가를 여전히 박하게 내리는 모습이다. 실적 반등에 따른 양측의 밸류에이션 격차 조정이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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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001040)그룹이 국내 2위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를 두고 미국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Carlyle)과 벌인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앞서 CJ는 지난해 8월 뚜레쥬르 매각을 위해 딜로이트 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후 같은 해 11월 칼라일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단독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1월에는 최종 협상 막바지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매각 결렬의 핵심은 가격 견해 차이가 꼽힌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매각가 2700억원을 두고 CJ측은 매각가 상향을 노린 반면 칼라일은 기존 가격 고수 내지는 추가 할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요소 외에도 막판 협상 과정에서 수익을 보증하는 조항 삽입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국에 있는 뚜레쥬르 매장이 1300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매장 관리와 점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사후조치를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배달수요가 급증한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뚜레쥬르는 집에서 주문하는 배달 수요 공략을 위해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입점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라이더에 빵을 실어 보내는 전략이 들어맞으면서 지난해 하반기 배달 서비스 매출이 상반기와 비교해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깎이기 바빴던 밸류에이션 반등 요소를 손에 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CJ측은 당장의 인수 후보군 물색 대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 측에서 팔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때마침 배달 수요에 따른 돌파구를 마련한 상황에서 밸류업(가치상향)이란 전략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상향에 따른 매각가 조정 이뤄질까
무엇보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3000억원에 육박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뚜레쥬르처럼 배달수요가 껑충 뛰면서 도리어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신메뉴와 배달 서비스 매출 신장을 발판 삼아 만족스런 결과를 거머쥐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각설이 불거졌던 커피빈코리아도 2019년 투썸플레이스 매각과 유니슨캐피탈의 공차 매각에 적용된 밸류에이션을 기초로 매각가 1500억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매자 측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체결한 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커피)의 매각가는 지분 93.8% 기준 1450억원이었다. 이를 멀티플(배수)로 산출할 시 기존 12배에서 6배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는 점에서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실적 반등에 따른 매각가 산정이 양측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심이 뜨거워진 온라인 플랫폼과 달리 식음료는 매물은 매각 측과 원매자 측 밸류에이션 산출 근거가 맞아 떨어져야만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뚜레쥬르까지 매각이 결렬된 상황에서 어떤 매물이 새 주인을 찾을지가 관심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