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오름 폭이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4.2%를 기록했다. 지난 1월(5.2%)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포인트 낮아졌으며, 최고점(6.3%, 2022년 7월)대비로는 8개월 만에 2.1%포인트나 내려갔다. 특히 인플레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4.1%)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향후 불안 요인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당장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원래 2분기가 시작되는 이달 초부터 올릴 계획이었지만 물가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조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한전의 하루 이자부담만 38억원에 이르고 있어 장기간 묶어 둘 순 없다. 여기에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휘발유 37% 경유 25%)조치의 연장 여부도 문제다. 물가를 생각하면 연장해야 하겠지만 올 들어 1~2월에만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15조 7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구멍 난 세수를 보충하려면 최소한 인하폭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도 다시 뛰고 있다. OPEC+가 2일(현지시간) 총 116만배럴의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자 하루 만에 8%대 급등세를 보이며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었다. 머지않아 100달러 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오름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석유류 값이 14.2%나 하락한 것이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지금도 역대 최악인 무역적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적자 확대는 대내적으로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환율 불안을 자극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미 간 큰 폭의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자본시장과 환율 안정을 해칠 위험이 다분하다. 통화 당국은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당분간은 물가안정 기조에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