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꼬리무는 꼼수입법 폭주...巨野, 의회민주주의 짓밟나

  • 등록 2023-03-27 오전 5:00:00

    수정 2023-03-27 오전 5:00:00

거대 야당이 169석의 압도적 의석을 내세워 논란이 되는 법안들을 일방 처리하면서 정부 여당과의 입법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단독 처리했다. 식량안보와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농업혁신을 저해하고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뭉갰던,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같은 날 의사·간호사 등 직역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간호법 제정안 등 6개 법안을 국민의힘 반대 속에 본회의에 올렸다. 여기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의 직회부 절차를 밟고 있고, 노란봉투법(노조법), 안전운임제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노동단체나 화물단체에 특혜를 주는 법안도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일 것을 검토 중이다. 법안이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꼼수’를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법사위에 법안을 상정한 지 60일이 지나면 심사를 통과하지 않고도 해당 상임위에선 재적 위원 5분의 3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접 올릴 수 있다. 예결위를 제외한 전체 17개 상임위 중 6곳에서 민주당 주도로 직회부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부작용이 심하거나 논란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주당으로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려는 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야당이 숙의 과정 없이 직회부를 남발하게 되면 민의를 왜곡하고 포퓰리즘의 발호를 막기 어렵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과도 배치된다. 대통령 거부권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행사한 게 마지막이다. 임기 중 기껏 한두 차례 행사하는 게 일반적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추세라면 거부권 신기록을 세울 판이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국론분열과 사회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모든 혼란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민주당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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