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심판은 그러나 법조계 인사 상당수가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 사실이었다.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이 장관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참사 전 미리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재난과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커졌다. 재난·참사가 안긴 고난을 극복하는 데 정부와 국민이 온 힘을 합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국론 분열과 갈등 확대의 구실로 삼는 행위는 더 없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는 뒤로한 채 정쟁만 앞세운다면 재난·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초래될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성숙한 사회를 열기 위한 모두의 지혜와 협조, 절제와 배려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