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차 너도 나도 미국행, 공동화 위기 이대로 둘 건가

  • 등록 2023-02-24 오전 5:00:00

    수정 2023-02-24 오전 5:00:00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등 각종 투자유인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의 현지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 들어 대미 투자를 확정한 현대차그룹 협력업체만 10여개사에 달한다. 150개사 이상의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의 절반 이상이 상반기 중 대미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 21일 앨라배마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조지아주에도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현지 진출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 분명한 상태다.

미국은 ‘룰 세팅’ 작업을 통해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발표한 IRA 세부규정에선 전기차 업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부품의 55% 이상을 자국산으로 조달할 것을 내걸었다. 2025년 7월 발효될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은 생산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산으로 사용해야 무관세 통관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미국발 변수가 있기 전인 2021년 6월 기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국내 부품사의 절반인 4195곳이 문을 닫고 10만 8000명이 일자리를 상실한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 붕괴가 우려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21년 말 국가필수전략기술 10개를 선정했지만 전기차를 제외했다. 그 결과 미국은 자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립하면 최대 30%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국내의 경우 1%(대기업)에 그친다. 국가전략산업의 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확대되면 설비투자가 대기업의 경우 8.4%까지 늘어난다는 게 상공회의소 분석이지만 정치권은 귀를 닫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린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의 확산 속에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다뤄야 한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일자리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투자세액공제는 물론 핵심 소프트웨어와 인재육성 등을 위해 전방위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RA 등 미국발 변수와 관련해 뒷북만 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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