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룰 세팅’ 작업을 통해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발표한 IRA 세부규정에선 전기차 업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부품의 55% 이상을 자국산으로 조달할 것을 내걸었다. 2025년 7월 발효될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은 생산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산으로 사용해야 무관세 통관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미국발 변수가 있기 전인 2021년 6월 기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국내 부품사의 절반인 4195곳이 문을 닫고 10만 8000명이 일자리를 상실한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린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의 확산 속에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다뤄야 한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일자리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투자세액공제는 물론 핵심 소프트웨어와 인재육성 등을 위해 전방위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RA 등 미국발 변수와 관련해 뒷북만 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